Skip to content

2022.11.24 내 작업 방식과 굉장히 유사해 보이는 그림을 발견했다. 시멘트를 쓰는 것 같고, 일상을 주제로 그리고 계신다. 재료와 주제가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고, 고유한 터치와 습관이 있을 것인데 바다와 파도, 하늘과 풀, 사람들의 움직임과 같은 동적인 표현들도 대부분 내 것과 같다. 이제보니 그분은 내 인스타그램의 그림 계정을 팔로우 하고 내가 올리는 실시간의 스토리도 보고 계셨다. 나는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 그림이 내 그림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그림들을 관찰하는 것이 내게 꽤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유쾌한 일이라는 것은 아니다. 평소 모르는 작가들에게 재료를 알려 달라는 DM(다이렉 트메세지)을 빈번하게 받는다. 답장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는 보려고 하는 편이다. 답장을 하게 되면 상대가 학생이든 어른이든 남녀노소 동일하게 말한다. ‘타 작가의 연구 과정을 쉽게 얻으려고 하지 말라고.’ 나는 어느 것도 감추지 않았다. 내 인스타 피드를 샅샅이 살피는데 5분만 투자해도 답을 얻었을 텐데, 그 정도 노력조차 하지 않는 태도로 무엇을 시작하려고 하는 걸까. 같은 맥락에서 앞서 언급한 분은 재료를 넘어서 표현의 이유까지 너무도 쉽게 얻으려 했다. 그럴수록 질문의 몫은 내가 아닌 관객의 것이 될 것이다.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예술가가 자신의 세계관을 그러한 방식으로 시작했다는 것이 유감이다. 흥미롭지만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